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미국을 방문한다. 21일 오후에 출발해 24일 새벽에 돌아오는 1박4일의 강행군 일정이다. 새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디딤돌을 놓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원포인트 방미’다.
청와대는 18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정오(현지시각·한국시각 23일 새벽)께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네번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관해 “북-미 정상회담을 약 3주 앞둔 만큼 남북회담의 성공을 북-미 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두 정상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중점적이고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경우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남 차장은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미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한 뒤 (양쪽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오찬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회담 전 간단히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정도를 넘어서 배석자 없이 본격적인 ‘단독회담’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속내를 털어놓고 나눌 대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을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 차이를 줄이고 양쪽의 ‘이익 균형’을 찾는 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로드맵에 관련해서는 미국이 여러 요구 조처를 꺼내놓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조처로 북쪽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방안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핵과 전쟁 공포가 없는 한반도 구상을 전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 한반도가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함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역설적이게도 최근 ‘평양발 냉기류’ 때문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평창겨울올림픽과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는, 지난 16일 북쪽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한 데 이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내놓은 이후 난관에 부닥친 상태다. 북-미 사이의 중재자인 한국의 역할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전략이지만, 두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회담에서 ‘올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22일 오후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1889년부터 1905년까지 대한제국의 미국 외교거점이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최근 복원공사를 마쳤고 22일 개관식을 할 예정이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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