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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오늘 오후 방미…트럼프와 단독회담

등록 2018-05-21 14:15수정 2018-05-22 01:00

22일 정오께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 이어 확대회담
전날 정상통화로 확인한 ‘북미회담 성공 전략’ 논의할듯
북 요구한 비핵화 따른 상응조처 방안 구체화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방미길에 오른다.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그렸던 제 궤도로 되돌려 안정시키기 위한 일정이다. 22일(현지시각) 정오께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한 이후 두 나라 외교안보 쪽 인사들이 주축인 공식 수행원들과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번째다.

한미 정상이 이번에 논의할 의제는 단 하나다. 새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조건과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북미회담의 때와 장소가 정해지기 전부터 이번 한미회담은 북미회담의 성공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예정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출국 하루 전인 20일 정상통화를 요청해 최근 북한이 보이는 여러 반응을 두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파격에 파격을 거듭해온 북한이 갑자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배경을 분석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조건과 북미회담 이후의 큰 그림까지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평창겨울올림픽, 그리고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는 동안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은 순항하는 듯 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그 연장선 위에 있었다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간 통화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남북회담 뒷얘기나 김정은 위원장의 성향을 감안한 대화 기법 등에 초점이 맞춰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16일, 북미회담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북쪽에서 “조미수뇌회담 재고려”까지 거론하며 미국과 우리 정부를 향해 강도높은 압박에 나섰다.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과 그에 상응하는 조처로 북쪽이 요구해온 체제보장, 그리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등 여러 의제에서 북-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문 대통령이 큰 짐을 지고 미국 방문길에 오르게 됐다.

앞서,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8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약 3주 앞둔 만큼 남북회담의 성공을 북-미 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중점적이고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경우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 여부와 남북관계가 복원될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내부, 북-미와 한-미 사이에 있는 이견을 조정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남북관계 복원의 향방이 갈릴 결정적 회담”이라고 짚었다. 최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를 거론하며 북한을 ‘자극’하자 북한은 즉각 반발했고, 이에 백악관에서는 “트럼프식 모델”, “한국식 모델”이라고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곧, 미국 내부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 방법을 두고 이견이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중재자인 문 대통령은 한 번의 북미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풀려는 미국의 조급증을 다독여야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또한 북한의 핵폐기와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두고 북-미뿐 아니라 한-미 사이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미가 미국의 핵전략자산인 ‘B-52’가 출격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뒤늦게 조정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구 교수는 “미국 내부에서는 의제를 생화학무기, 인권문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의제 확장에 대해 일정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한-미가) 합의를 이루고, 최소한 미국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북한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국의 (북-미 사이) 중재 역할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군사 옵션’을 이야기 할 때 한국이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라고 강조한 대목을 북한이 평가했다. 이번에도 미국에서 나오는 강경한 발언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 요구는 북한이 수십년 간 주장해온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과 같은 얘기로,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설명하고 북-미 회담이 깨지지 않도록 잘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세부적인 조언과 함께 미국이 북쪽에 대해 ‘상호존중’의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제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협 노지원 김지은 기자 bhkim@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이구동성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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