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에 머문 약 24시간 동안 미국 안에서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을 불식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 한-미 정상회담 들머리 발언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들머리 발언 바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여부가 불투명한 듯 얘기하자, ‘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전세계 언론에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태도가 변했다.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의견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안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 미리 비관하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며 회의론을 적극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치켜세웠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 수교를 해 정상적인 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임기 안 북한 비핵화’ 성사로 재선과 노벨 평화상 수상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을 염두에 두면서, ‘북-미 수교’를 강조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50분 동안이나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에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도록 잘 보좌해달라. 흔들림 없이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노력에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엄청난 신뢰를 갖고 있다”며 “그가 하는 방식이 (북한과)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정말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문 대통령이 있는 한국이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을 보며 “나 잘했느냐. 더 이상 좋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신에게) 에이플러스(A+) 점수를 줬다”며 웃었다.
한편, 이날 30분으로 예정됐던 한-미 단독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세히 답하면서 21분으로 짧아졌다. 정상회담은 낮 12시7분께 시작됐는데 두 정상은 12시42분까지 ‘즉석 기자회견’을 했다.
워싱턴/김보협 기자, 이용인 특파원,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