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끊어질 뻔했던 북-미간의 선을 다시 이었다. 새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이 틀어질 기미를 보이자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26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미 회담 성사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판문점 북쪽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직접 발표하면서, 북-미 사이의 중재자이자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고충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확인한 두 정상의 의지를 전하면서 북쪽과 미국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 부분을 거론하며 북-미간 직접 소통과 북-미정상회담 이전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이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고, 반면,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고수했던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난 이후에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느냐는 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줄이기 위해 직접 만나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두번째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며 “반면에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번영까지 도울 뜻이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양국 간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의지들을 서로 전달하고, 또 직접 소통을 통해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중재 노력이 양쪽에 어느 정도 가닿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인지 여부는 지금 북미 간에 그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지금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 협상도, 또 6월12일의 본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대화하다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 서신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이 담화를 통해 그럼에도 북-미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튿날인 25일이었다. 이 때부터 북-미회담 성사 가능성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만약 이 중요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꾼다면, 주저 말고 연락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고 한 대목도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대목이었다.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기에 맞춤한 자리였다. 두번째 남북 정상의 만남을 제안한 당사자는 김 위원장이라고 하나, 등 돌리려는 북미 정상이 다시 뒤를 돌아보고 마주앉게 만든 이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화보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