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앞서 무연고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무연고 묘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을 맞아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 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3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일제 치하 앞장서 독립만세를 외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로 나선 것도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들이었다”며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애국 영령과 의인, 민주 열사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활성화 분위기를 고려한 듯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경찰의 유해 발굴도 마지막 한 분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 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등 해외 참전 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가에 헌신했던 이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보훈 철학’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전현충원은 독립, 참전 유공자 외에도 의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및 순직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유공자 묘역이 조성돼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 것은 1999년 이후 19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2006년 아이를 구하고 숨을 거둔 채종민 차량정비사,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한 이를 돕다 숨진 어린이집 금나래 교사와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황지영 행정인턴, 2016년 화재 현장에서 이웃을 대피시키고 숨을 거둔 안치범씨” 등을 일일이 부르며 “이러한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처럼 평범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시민들의 용기 역시 나라를 지탱하는 ‘애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무연고 묘역에 안치된 한국전쟁 전사자 김기억 중사의 묘소를 따로 참배한 것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은 결코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이라며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이 국가에 헌신했던 믿음에 답하고 국민이 국가에 믿음을 갖게 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애국자와 의인의 삶에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순직 교사가 안장된 순직 공무원 묘역과 독도 의용수비대 묘역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묘역,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 전사자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보수, 진보의 구분이 없는 보훈을 강조했다. 또 이날 전국 10개 국립묘지에 모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
이날 추념식장에는 가수 최백호씨가 나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군인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유신 체제에서 국방부 장관 지정 1호 금지곡이 됐던 노래다. 배우 한지민씨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헌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낭송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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