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장소 정문 막히자 옆쪽으로 입장
투표 마친 뒤 시위중인 장애인 요구 경청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 살펴보겠다” 약속
시위대와 기념촬영…악수 나눈 뒤 자리 떠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한 뒤 나오다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참모들이 6·13 지방선거에 앞서 사전투표를 하기로 한 서울 삼청동 주민센터 앞,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라는 손팻말 시위가 한창이었다. 장애인들은 투표소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참모들은 장애인 단체가 시위 중인 정문을 피해 측면 휠체어 경사로를 통해 투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정문 쪽으로 가 시위중인 장애인 단체쪽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누가 말씀을 한번 해 줘보세요”라고 하자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한 뒤 나오다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 선거 사전투표소가 보시는 것처럼 3,500곳 정도가 설치가 됐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600곳이나 돼요. 아예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데가 600곳이나 되고, 지금 서울의 경우 반 정도가 접근할 수가 없거든요. 수어통역사도 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00곳 정도만 배치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서 발달장애인분들이 본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보물이나 내용들을 전혀 받을 수 없고, 그리고 투표용지도 지금 글씨로만 되어 있어서 얼굴이나 사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 내용을 알고 투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렇게 각 장애유형별로 지금 제공되어야 하는 편의 제공이 안 되다 보니까 장애인분들의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고, 정책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은, 김 국장의 요구사항을 들은 뒤 투표용지의 기표란 크기는 문제가 없는지 되물었다. 김 국장은 “칸이 너무 작아서 손이 불편하신 분들이 쉽게 칸이 넘어가는, 무효표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 오실 때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저희가 새벽 5시30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찍 투표하실 줄 알고….”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한 뒤 나오다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만나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잘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투표권은 있어도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투표용지에 기입하기가 어려워서 사실상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이런 말씀…”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장애인들이 후보들의 공보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 맞춤형 큐아르(QR) 코드를 의무화해달라는 요구도 “잘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시위를 벌이던 장애인들, 청운동 주민센터 주변에 모여든 시민들과 악수를 나눈 뒤 청와대로 돌아갔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