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기에 앞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오른쪽은 국외출장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참석한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미 정상이 함께 한국전쟁의 종식을 선언할 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로선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명확하지 않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합의한 포괄적인 공동성명 이외에, 두 정상이 나눈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처의 이행 속도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해왔던 청와대도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앞서가지 않으려는 듯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는 애초 북-미 정상회담 이전엔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 가능성을 기대했고 그 가능성이 낮아지자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다음달 27일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다만 이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엔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 종전선언은 구속력은 없지만, 냉전체제 해체 및 평화협정으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안에선 이날 북-미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합의는 이런 종전선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북-미 고위급회담이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김 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이 거론되는 만큼, 북-미가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뛰어넘어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은 일단 북-미 고위급회담 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를 거론하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종전선언’을 공언한 만큼 적절한 시점에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미 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룬 북-미 사이의 합의 내용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하게 협의하고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실무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직접 만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도 남-북-미 종전선언 추진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