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이후 한-미 공조 방안 협의를 위해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깊이 관여하고 회담 당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수행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한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 관계 발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확실한 비핵화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만남은, 지난 11일 북-미회담에 앞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따른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을 한국에 보내 회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향후 한미간 공조 방안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만남에서 북-미회담의 성과부터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국민인데, 그런 한국 국민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그 의지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회담 합의 내용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이를 위한 한미 간 공조 체제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 기간 동안의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송환과 관련해 남북미가 공동으로 작업을 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공동성명 채택을 축하하면서 “회담의 성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일본·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과 핵, 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님께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주최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도 성공적으로 회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