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남북, 북-미 간 대화 지속을 전제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기조가 뚜렷해진 가운데 북-미 관계 개선에 합의한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미 연합훈련 중지 논란에 관해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 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연합훈련 중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공식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미 을지포커스가디언(UFG) 연합훈련 중단 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외교)·조명균(통일)·송영무(국방)·김부겸(행정안전)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이상철 1차장, 남관표 2차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처음 난기류에 빠지고 북-미 정상회담이 불투명해졌던 명시적 사유가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의 후속조처를 이행하는 시점에서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쪽은 지난달 16일,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당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 중지 방침을 남쪽에 통보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미국에 훈련 중단을 제안할 경우 안보 이슈에 민감한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미국이 선제적으로 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 이후 구상도 밝혔다. 그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한국이 육지 속의 섬에서 벗어나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면서 평화와 번영의 대전환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전날 한국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 관계 발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확실한 비핵화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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