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왼쪽)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15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여부를 가까운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조정 문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해서 조만간 입장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그 입장에 기초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했다”며 “그 지침에 따라 한-미 간 협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현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남북, 북-미 간에 진정한 좋은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력 조치를 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 차원에서 미국도 우리 정부 입장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양 정부 간에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중단을 둘러싼 한-미의 움직임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북-미 간 합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한-미가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북-미 회담 직후 “북한과 선의에 기초한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남북, 북-미 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상호 신뢰 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14일 밤 통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도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양국이 사실상 ‘조건부’ 중단하기로 한 대상은 일단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인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4~5월에 실시해온 키리졸브, 독수리훈련까지 포함될지 여부는 북-미 회담의 후속 조처들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행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미가 연합훈련 중단 결정을 내린다면, 아직 포괄적인 문서와 문서화되지 않은 구두 약속 상태인 북-미 합의의 진전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엔진 시험을 해온 곳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시험 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한-미는 북쪽이 대표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꼽아온 연합훈련을 중단해 서로 신뢰를 높여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미가 훈련 중단 문제를 놓고 계속 협의 중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만 보더라도 여러 단계, 여러 차원의 훈련이 있어서 통째로 중단할지, 북쪽이 군사적 위협으로 꼽는 부분만 중단할지 결정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미 외교안보 핵심인사들은, 연합훈련 중단이 주한미군 주둔 문제나 한-미 동맹 균열 논란으로 번지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북-미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도 없었고 기존의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미국대사 지명자도 “우리의 한국에 대한 동맹 약속은 철통같은 것이며, 변함없다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하는 결정들은 동맹 차원의 결정이고, 이런 결정들은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이뤄진 것이다. (미국)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연철 김보협 황준범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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