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 김종필 전 총리 지역맹주
“문재인 문제” “고인물”…문 대통령, JP 부인상땐 조문
“문재인 문제” “고인물”…문 대통령, JP 부인상땐 조문
문재인 대통령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접점을 찾기 어렵다. 정치활동 시기도 겹치지 않았고, 정치 철학면에서도 두 사람은 상반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4·11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정식 입문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이보다 8년 전인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해 10선 도전에 실패하며 정계에서 은퇴했다.
정치 철학은 더욱 달랐다. 김 전 총리는 충청지역 기반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을 창당해 총재를 지내며 충청 지역 맹주로 활동했다. 그는 1995년 ‘충청 핫바지론’을 주창하는 등 정치하는 내내 지역주의에 기댔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자신이 정치하는 주요 과제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닷새 뒤인 18일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색깔론으로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고, 3당 합당 후 30여년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눈물 흘리며 노력한 결과다. 다른 지역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덜 실감할지 모르지만, 나는 지역주의 정치와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벗어나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마뜩잖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5월5일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같은 얼굴이 대통령 될 수가 없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무엇을 봐도 문재인이 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김정은이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며 거친 막말과 욕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017년 펴낸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김 전 총리는)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며 “김 전 총리는 오래전의 고인 물로,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한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김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씨가 별세했을 때 빈소를 찾아가 “1964년도 결혼반지를 목걸이로 만들어서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김 전 총리를 위로한 일이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때인 2015년 2월 22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한 후 김 전 총리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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