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현장 목소리 듣겠다”
편의점주·취준생 등 10여명 만나
식당 사장 “근로자만도 못한 상황”
전업 주부 “현장 돌아가기 힘들어”
문 “자영업자등 어려움 적극 지원”
편의점주·취준생 등 10여명 만나
식당 사장 “근로자만도 못한 상황”
전업 주부 “현장 돌아가기 힘들어”
문 “자영업자등 어려움 적극 지원”
26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청 근처의 한 맥줏집.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게 안이 술렁였다. 자리에 앉아 있던 동네서점, 도시락 업체 대표를 비롯해 편의점주, 식당 사장, 아파트 경비원,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등 시민 10여명은 놀라 일어섰다. 문 대통령을 확인한 시민은 박수로 그를 맞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아닌 정부 관계자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점을 듣는 간담회 자리로 알고 참석한 시민들이었다. 청와대는 “여름휴가를 가기 전에 경제 문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과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 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참석자들에게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가게 옆을 지나가다 유리창 너머로 문 대통령을 본 시민 수십명은 “대통령이 왔어”라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깜짝 호프 미팅’은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고 말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잔을 나누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다들 놀라셨죠. 모두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걸로 생각하셨을 텐데”라고 운을 뗀 뒤 “요즘 최저임금이나 고용 문제 등이 심각하게 이야기되는 상황인데 오늘은 이야기를 들으러 왔으니 편하게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건배 뒤 대화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23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종환씨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며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는 좀 (경제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상황이) 최저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 될 수 있으면 종업원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식당 운영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실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안현주씨는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현장에 돌아가기 어렵다. 조금 더 집에서 아이를 보육하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늘리면 좋겠다”며 잠시 울먹였다. 26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은종복씨는 “프랑스는 책방을 열면 1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며 “책방은 수입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와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찬희씨는 “이공계 학생들은 자격증 공부와 시험 준비에 돈이 많이 든다. 한 달에 이 비용으로 25만원 정도 드는데 생활비가 30만원 정도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 문제나 고용에서 밀려나는 분들도 생기는데,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모색하는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며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문제나 상가 임대료 문제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며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시간여에 걸친 간담회를 마친 문 대통령은 퇴근길에 맥줏집에 들른 직장인들과 ‘합석’해 40분가량 대화를 더 나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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