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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때 놓치면 중재자 의미 줄어…북·미 교착 돌파할 승부수

등록 2018-08-31 21:29수정 2018-09-01 19:08

폼페이오 방북 취소 뒤 정세 악화
특사 파견해 북 의도 분명히 파악
미국과 의견 조율 교착상태 풀 뜻

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특사 다시 보내 김정은 면담 추진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갈 수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한겨레> 자료 사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한겨레> 자료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평양에 대북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와 정전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남북 관계 발전을 북-미 관계의 끌차로 활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가 난국에 빠진 가운데 중재자, 촉진자로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북 특사 파견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먼저 제안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최근 북-미가 서로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두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4·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차질을 빚고,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특사 파견을 결심한 듯하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고,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가 연기되고, 남북 간 경의선 북쪽 철도 공동점검 사업도 가로막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월 안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합의를 지키려면 더 미뤄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먼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5일로 대북 특사 파견일을 정한 것은 북한 정부수립일인 9·9절을 피한 택일로 보인다. 9·9절에 맞닿아 평양을 방문할 경우 자칫 특사단이 마치 올해로 70돌을 맞는 북한 정권 수립일 행사에 사절단 구실을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탓이다.

문 대통령은 특사 파견을 통해 우선 비핵화와 정전협정 등에 관해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려 할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는 최고지도자의 대리인이다. 남북 지도자 간의 간접 대화를 통해 고위급 회담에서는 나눌 수 없는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며 “비핵화 등 모든 문제가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특사단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며 “북한을 설득하고 (결과를) 미국한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현 단계에서) 남북이 서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북-미 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한 9월 남북 정상회담 일정도 매듭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향하는 필수적인 단계로 여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다. 남북 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다”라며 남북 관계 발전으로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시한 바 있다. 김의겸 대변인도 8월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뒤 “북-미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 폭을 넓히는 데 촉진자·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의 면면이나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월 대북 특사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이 이번에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사람은 각각 대미, 대북 라인 책임자다. 당시 특사단은 두 사람을 포함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으로 꾸려졌다. 지난 7월 상하이 총영사에서 자리를 옮긴 박선원 국정원장 특별보좌관도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선 상황이 엄중한 만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내심 생각하는 바는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특사단이 만날 북쪽 인사에 관해 언급을 피했지만, 1차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난 만큼 이번에도 그를 만날 것이 유력하다.

성연철 김지은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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