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세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방북길에 오른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 평양행이다. 2박3일 동안 문 대통령은 ‘구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단독 정상회담을 비롯해 오찬, 만찬과 환영행사 등 적어도 4~5차례는 만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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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어떻게 맞이할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를 나서 전용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남북 정상은 공항에서 첫 만남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당시 “비행기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식을 하고 그렇게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의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 사열과 함께 평양 주민들의 환영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평화의집 앞에서 김 위원장이 남쪽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북한 의장대를 사열했고, 환영식 행사를 마친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차에 김 전 대통령을 태우고 숙소로 가는 ‘파격’을 연출했다. 2007년 육로로 방북했던 노 전 대통령은 평양 시내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뒤 무개차를 타고 20분가량 평양 시민의 환호 속에 환영행사를 마치고 정오께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때도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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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빛나는 조국’ 관람할까 숙소는 백화원 영빈관이 유력하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모두 이곳에서 머물렀다. 남북 정상회담 역시 같은 장소였다. 김 위원장은 두차례 모두 남쪽 정상의 방북 이튿날 숙소로 찾아와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 부친의 전례에 따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남쪽 특별사절단의 두차례 방북 당시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북한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 때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노동당 청사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문 대통령을 위해 어떤 문화 공연 행사를 준비했는지도 관심사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은 도착 당일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전통 무용과 기악곡을 중심으로 짜인 ‘평양성 사람들’이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방북 이튿날인 2007년 10월3일 저녁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 쪽은 당시 김일성 주석 부자에 대한 칭송 구호나 북한군의 총검술 장면 등 이념성을 강조한 민감한 대목은 공연에서 대부분 뺐다. 일부에선 북한이 집단 체조 공연인 ‘빛나는 조국’ 관람을 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북한 정권 수립을 강조한 대목이 든 공연을 청와대 쪽에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모란봉 악단 공연이나 삼지연 악단 공연 관람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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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도보다리’ 이벤트 있을까 두 정상이 정상회담 외에 오찬, 만찬을 비롯해 어떤 친교 행사를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무릎을 맞댄 도보다리 회담은 백미로 꼽혔다. 일부에선 문 대통령이 4월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백두산이나 개마고원 트레킹과 관련한 깜짝 행사가 연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을 한장 보내주시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 장소가 어디가 될지도 주목된다. 2007년 노 전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날인 10월4일 환송 오찬 전에 평안남도 남포의 평화 자동차 공장과 서해 갑문을 방문했다. 남북 경협과 서해 평화지대 구상 의지를 담은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철도 공동체와 통일 경제특구 신설을 언급한 만큼 이와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방북에서 문 대통령의 경호는 2007년 노 전 대통령의 방북 때에 준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최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실이 맡고 2선 경호는 북쪽에서 했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방북 때 역시 두 정상이 함께 등장하는 현장에서는 북한 호위총국 소속 경호원 6∼7명과 우리 쪽 경호원 4∼5명이 최근접 경호를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