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 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국제사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외교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북-미 양국의 교착 상태를 푸는 중재자 구실에 힘을 쏟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이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난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속임수를 쓰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공개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내 가능성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협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미국외교협회(CFR) 등이 공동주최한 외교 전문가와 여론주도층 상대 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많은 세계인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또는 속임수다, 시간끌기다라고 말하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미 폐기했고 미국의 상응조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을 포함한 추가 조처에 나서겠다는 것을 믿어달라는 취지로 김 위원장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담백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는 예의도 갖췄을 뿐 아니라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며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주면서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그런 신뢰를 준다면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을 위해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이 큰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연구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김 위원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보수 성향이 강한 <폭스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의 대변자로 나섰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을 설령 믿지 못하더라도 한국이나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실험장, 미사일실험장, 영변의 핵기지를 폐기하는 것이고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그에 반해) 미국과 한국이 취하는 군사훈련 중단 같은 것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설령 (북한) 제재를 완화해도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처에 나선 만큼 미국과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조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하며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뉴욕/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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