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수석보좌관회의실 앞에 새로 걸린 백범 김구 선생의 유가족들에게 기증받은 친필 액자(오른쪽)와 이동재 작가가 쌀을 이용해 만든 '아이콘 김구'(왼쪽) 작품.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가까운 곳에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과 그의 존영을 담은 예술 작품이 최근 나란히 게시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백범이 서거 한 해 전인 1948년에 남긴 작품인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는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大韓民國三十年十月二十六日七十三歲白凡金九’라고 씌여 있다. 우리 말로는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어지럽게 걷지 말라/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대한민국 30년 10월 26일 73세 백범 김구’라는 뜻이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백범 김구 선생께서 말년에 남긴 작품으로 유족들이 보관해왔는데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일치하는 것 같으니 청와대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전해왔다”며 “몇 차례 고사했는데 유족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도 예의가 아니어서 문 대통령 직무실과 가까운 곳에 최근 게시했다”고 말했다. 백범 선생의 친필 작품은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23~27일) 중에 설치돼,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가는 길에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주변에 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 보좌진에게 “저 글씨는 마곡사에 걸려 있었던 것 아닌가요?”물었다고 한다.
김구 선생의 친필 액자 옆에는 그의 존영이 담긴 이동재 작가의 ‘아이콘-김구’(2014)가 나란히 전시됐다. 이정도 비서관은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제작한 작품으로, 김구 선생의 친필과 존영을 나란히 감상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던 작품을 정식 절차를 밟아 대여했다”고 소개했다. 이동재 작가는 우리 농산물을 소재로 유명 인사들의 초상을 제작해왔다. 작가는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은 김구 선생의 이미지를 통해 민족을 상징하는 매체로 전이되며 그 의미가 증폭된다”고 소개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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