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한반도에서 역사적이며 감격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 기념 연설에서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해 남북 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핵무기,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북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려 마주 앉았다”며 “교황 성하(교황을 높여 이르는 말)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라며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12억명 이상의 신자를 지닌 가톨릭 중심지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분단 극복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준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교황청에 고마움도 표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4월25일 성 베드로 광장 기도에서 “남북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약속에 기도로 동행할 것”이라고 했고, 북-미 정상회담 전인 6월10일에는 “회담이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로운 미래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2017년 겨울 촛불’에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왼쪽)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연설에 앞서 문 대통령 부부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천주교 신자다. 미사는 교황청 국무원장(정부수반)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작별하며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고 말했다”며 “특별히 오랫동안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하자”고 강론했다. 1시간 동안 열린 미사에는 교황청 주요 인사와 외교단, 이탈리아 동포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드문 사례이고, (교황청 쪽은) 미사 뒤 외국 정상 연설도 ‘최근엔 전례가 없고, 교황청 역사가 길어 정상 연설이 과거에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전례가 없는 독특한 경우’라고 밝혔다”며 “교황청이 한국에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한다.
교황청 방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한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콘테 총리는 “평화 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며, 변함없이 대북 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로마/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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