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사령탑은 홍 후보자”
원팀, 화합 강조하며 불협화음 차단 의지
원팀, 화합 강조하며 불협화음 차단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함께 임명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호흡을 부각하고 홍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이란 점을 강조했다. ‘경제 투톱 간 불협화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 투톱을 바꾸는 인사를 발표했다. 현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 구실을 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년6개월여 만에 동반 퇴진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청와대 사회수석에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을 설명하며 홍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윤 수석은 “홍 후보자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통해 경제 전반의 속도감과 활력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사령탑을 맡을 최고의 책임자”라고 말했다. 김 수석에 대해서는 “현 정부 국정과제 설계자로서 경제·사회·복지 여러 방면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비전을 수립하고 큰 그림을 그려갈 적임자”라고 역할을 구분지었다. 경제 분야는 홍 후보자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면서, 경제 비전문가라는 지적과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 책임론이 제기된 김 실장에겐 불평등 해소, 저출산 극복, 사회 안전망 확보라는 포용국가 정책 부분을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과거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 사이의 불협화음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두고 엇박자 발언을 내놓으며 갈등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경제 지표 하강 국면이 이어지자 결국 문 대통령은 13일 아세안 정상회의 출국을 앞두고 동시 교체라는 결단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후임 인선 배경으로 여러 차례 합심, 호흡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포용국가 추진, 실행력과 함께 “원팀, 정책조율 능력이 이번 인사의 4가지 키워드”라며 “두 분(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수석과 국무조정실장으로 정무적 판단과 정책 조율을 성공적으로 해온 만큼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one team)’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나 장 전 실장은 경제에 대한 소신과 주장이 뚜렷해 자주 부딪혔지만, 홍 후보자나 김 실장은 원만한 스타일이라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김 실장을 향해 “경제를 모르는 분”이라고 한 비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에게 경제 투톱이라는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국가의 밑그림을 그리고 국정 철학 방향성을 다지는 구실을 맡겼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김 실장이 전공 상으로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지만 정부, 사회가 지향하는 포용국가를 설계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을 향한 야당의 비판과 여권 일각 우려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것은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실장은 참여정부 때부터 청와대 비서관과 환경부 차관을 거치고 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부동산과 탈원전, 교육, 문화, 여성 등 정책 전반을 총괄하며 문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이에 대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홍 후보자에 대해선 병역 면제 의혹 등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성연철 이경미 기자 sychee@hani.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