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서 ‘원전 사업 세일즈’

체코 원전 계획에 한국 기업 참여 요청
“바라카 원전도 공기 완벽하게 맞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체코 협조 요청
“민주화 역사 한국, 체코 공통점 많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체코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원전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한 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24기원 원전을 운영 중에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기(공사기한)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중국, 러시아, 프랑스,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미국 등이 경쟁하고 있다. 체코에는 현재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원전 6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비시 총리는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원전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준비가 아직 (원전 건설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했다”면서도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추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바비시 총리가 시기를 언제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원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밝혔다"며 “양 정상 사이에 원전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이해가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유럽연합(EU)의 철강세이프가드와 관련,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 제품이 대부분 자동차, 가전 등 유럽연합 내 한국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돼 현지 생산증대와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유럽연합의 세이프 가드 조치에서 제외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케이(K)-9 자주포 수출 등 방산 분야에서 양국의 장점을 살려 완제품 수출, 기술지원 및 공동생산 등 다양한 협력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바비시 총리에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진전 동향과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체코 측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바비시 총리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체코가 북한과 서로 상주 공관을 운영하는 만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들머리 발언에서 한국과 체코의 민주화 역사가 비슷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올해 체코 독립 100주년을 축하한다. 올해는 프라하의 봄 50주년이기도 한데, 자유와 민주를 향한 체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불굴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면서 “나는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전 세계가 체코 국민들을 응원하고 그리고 그 좌절에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여러 차례 시민항쟁을 통해서 좌절을 겪어가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면서 “내년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데, 이런 모든 점에서 양국은 참으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바비시 총리는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그런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하신 분으로 경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과 동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 주재원과 한인회 임원, 체코 국립극장 단원 등 20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체코는 우리 독립운동과도 아주 깊은 인연이 있다”면서 “1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체코 군대가 체코로 돌아갈 때 그들이 가진 무기를 우리 독립군들에게 매도를 해줬고 그 무기를 사용해 크게 이긴게 청산리 대첩이다. 그런 사실이 청산리전투 참여했던 이범석 장군의 ‘우둥불’이라는 회고록에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체코 정부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프라하성을 시찰하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 국빈 방문 탓에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며 “체코는 한반도 비핵화 달성 방안이 곧 도출되어 항구적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개선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체코는 이런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서한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박2일의 체코 방문을 마치고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2박 3일간 머무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뒤 여섯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하/성연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