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한다”며 “우리 노력은 전 세계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세계인권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 이어 “최근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남녀 간 혐오를 비롯해 세대, 이념, 빈부 갈등이 심해지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가운데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국가 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이라고 대통령으로서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에 선정된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훈장은 고인의 부인인 김지선 씨와 동생 노회건 씨가 대리수상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사형제 유예선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1997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특별보고에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진보 인권단체 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사형제 집행 유예선언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이날 행사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시발점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서울역 광장도 고려했지만, 이곳이 더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판단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상은 배우자 김지선씨가 대신 받았다. 노 의원이 생전 첼로를 연주한 영상도 상영됐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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