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주요 경제부처를 포함한 차관급 16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인사 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에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2차관에는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각각 기용됐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박선호 국토부 국토도시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등이 임명됐고, 행정안전부 차관에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용삼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무이사가 발탁됐다. 인사혁신처장에는 황서종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이 임명됐다. 전 부처를 아우르는 ‘대폭 물갈이’ 인사를 통해 집권 중반에 흐트러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공직사회 고삐 죌 ‘골든타임’ 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제 관련 부처 차관을 모두 교체했다. 현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경제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들 부처는 자영업 및 중소기업, 부동산, 4차 산업혁명 등 청와대가 각별히 관심을 두는 민생경제 정책 등을 다루는 곳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의 전체적인 의미는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동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성과를 체감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경제 정책의 ‘담론 논쟁’을 넘어 ‘정책 성과’로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민생, 경제를 비롯한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하는 골든타임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지금 구두끈을 바짝 조이지 않으면 실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차관 인사에서 청와대 출신 참모 3명을 주요 부처 차관으로 이동시켰다. 이호승 일자리비서관을 기재부 1차관에 임명했고,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을 과기정통부 1차관에,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은 국무조정실 2차장에 앉혔다. 청와대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손발을 맞춰온 이들을 각 부처에 전진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정책 집행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지난 1년7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대통령의 뜻을 직접 받들어 정책을 만들고 구현했던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서 대통령의 뜻을 잘 구현해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각 부처의 수동적이고 경직적인 자세를 깨겠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직접 호흡한 이들이 부처 실무 책임자로 감으로써 그동안 각 부처가 대통령의 의중을 넘겨짚거나 지레짐작하는 식의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내부 정통 관료를 차관으로 발탁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중도 함께 실렸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과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 정문호 소방청장 등 이날 임명된 차관급 인사 대부분은 해당 조직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
■ 청와대 조직개편도 당겨질 듯
이들의 인사이동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차관급 인사로 대통령비서실은 의전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을 비롯해 1개 수석, 4개 비서관 자리가 비게 됐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대비해야 하는 의전비서관과 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일자리 해결 문제를 주관하는 일자리기획비서관, 경제정책비서관 등은 오래 비워두기 힘든 자리다. 여기에 정치권 출신 참모들은 2020년 총선을 준비하려 내년 초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오래 비워둘 수 없는 자리들인 만큼 바로 후속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연내 인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준비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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