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지하1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 :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 행사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신년회 연설에서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과 투자를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현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포용경제 등의 정책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경제 혁신과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집중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관통하는 유일 화두로 경제를 삼은 것은 경제, 민생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취임 3년차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 안전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까지 경제와 연결지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연설은 남북관계를 포함해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인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등 혁신을 위한 예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이지만 그동안 중요도에서 밀렸다. 문 대통령은 장기 경기 하강과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우위를 상실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의 기초마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소득주도성장, 포용경제 등 현 정부 핵심 정책의 용어를 연설에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경제 활력을 강조한 것은 최근 여론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초반 80%대까지 올랐지만, 최근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선 긍정 평가가 47% 안팎으로 떨어졌다. 일부 조사에선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다. 특히 부정 평가를 하는 주요 이유로 경제, 민생 분야의 부진을 꼽는 이들이 압도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혁신적 포용국가와 평화로운 한반도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의 양대 축”이라며 “평화로운 한반도 부분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에 관한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경제를 강조한 것은 국민이 내 삶이 나아진다는 희망을 갖지 않으면 집권 3년차를 힘있게 끌고 가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발전도 일자리도 결국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신산업 규제샌드박스도 본격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공공 일자리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들에도 거듭 투자와 고용을 늘려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혁신 등을 통해 기업들에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취하겠으니, 기업도 정부를 믿고 활력 제고에 나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했으나 적잖은 사회적 진통과 논쟁이 일었다. 그는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하겠다.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설명드리고 이해당사자들에게 양보와 타협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체질 개선이나 혁신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의 저항도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더 귀를 열어 공동체 전체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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