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2018년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한병도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을 교체하는 중폭의 청와대 개편을 염두에 두고 최종 고심 중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과 주말 일정을 비운 채 인선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음주 중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힐 새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인데 이때 2기 청와대 비서진 진용을 선보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석 실장의 후임으로는 노영민 주중대사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복수의 후보를 놓고 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사가 비서실장을 맡을 경우 주중대사로 임명되면서 인사 검증을 거친 터라 인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 대사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했고, 2017년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서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깜짝 혹은 파격적인 발탁 인사보다는 물 흐르듯 순리대로 하는 스타일”이라며 최측근인 노 대사의 비서실장 기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왼쪽)이 지난해 11월20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병도 정무수석 후임에는 강기정 전 의원이 확실시된다. 강 전 의원은 2017년 11월에도 전병헌 초대 정무수석 후임으로 유력했으나, 지방선거(지난해 6월)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겠다며 고사했다. 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할 때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정치인들이 무더기 탈당할 때 문 대표 곁에서 당을 지켰다. 강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무수석으로 기용되면 내년 4월 총선 출마 준비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총선은 먼 얘기다.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먼저지, 내 이해관계를 앞세우겠느냐”고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후임에는 김의겸 대변인의 승진 기용 또는 방송기자 출신인 김성수 의원 차출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청와대 바깥의 홍보 전문가를 새로 채용하는 방안이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의 유임은 확정적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유임의 주요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 수석을 교체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옥 인사수석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개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안보실장으로도 검토됐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청와대의 세 실장 가운데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을 동시에 교체하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다음번 개편 대상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중폭 개편을 결심한 배경에는 국정 지지도가 5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청와대 분위기 쇄신을 통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여당에서도 청와대 참모진 쇄신 요구가 있었다. 또 2기 비서진과 함께 민생·경제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거두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에 나설 정치인 가운데 일부를 미리 내보내는 성격도 있다. 설 연휴 앞뒤에 주요 비서관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기 총선을 앞둔 만큼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의견이 이번 개편에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문 대통령이 두루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가타부타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