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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국당 추천 ‘5·18 진상조사위원’ 2명 임명 거부

등록 2019-02-11 20:53수정 2019-02-11 21:37

청와대 “권태오·이동욱 후보
특별법이 정한 자격요건 못 갖춰”

국회 추천 후보에 임명권 행사
‘5·18 진상규명’ 의지 강력 표명

민주·평화·정의당 “당연한 결정”
“한국당 추천권 내놔야” 주장도
5·18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자유한국당 당대표실로 가려다 국회 방호원 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5·18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자유한국당 당대표실로 가려다 국회 방호원 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청와대는 11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위원 3명 가운데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한 재추천을 한국당에 요구했다. 이들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위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태오·이동욱 후보는 특별법에 규정된 자격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 재추천을 요청한 것”이라며 “오늘 오후 국회에 재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한국당이 지난달 조사위원으로 추천할 당시에도 5·18 폄훼·왜곡 발언 전력과 함께 자격 시비 논란에 휘말렸다.

특별법은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 조사위원 자격 요건을 5가지로 규정했지만, 두 후보가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국회가 추천한 9명의 위원(국회의장 1명,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에 대해 결격 사유가 없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이 추천한 또다른 후보인 판사 출신 차기환 변호사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끝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이 많고 우려할 만한 언행이 확인됐으나 법률적 자격 요건을 충족해 재추천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향후 활동 과정에서 5·18 운동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자격 미달을 이유로 한국당이 추천한 후보들에 대한 임명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5·18 관련 단체들은 대통령에게 이들의 임명을 거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아울러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났음에도 최근 한국당 일부 의원과 극우세력의 ‘5·18 폄훼 망언’ 등 역사왜곡이 이어지는 만큼, 5·18 당시 계엄군의 유혈진압과 인권유린, 발포 책임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진상규명위가 제대로 구성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청와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당에선 불편한 기류가 흐르지만 공개적인 반응을 아끼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미국을 방문 중인 상황이라 당 내부 논의를 더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사태를 더 파악하고 당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됐지만, ‘5·18의 북한군 침투·개입설’을 주장한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 4개월간 결정을 미루다 지난달이 돼서야 3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재추천 요청으로 다른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 등에 놓였다.

민주당 등 다른 정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환영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5·18 진상규명위 조사위원 재추천 요구는 진상조사의 역사적 심각성을 깊이 헤아린 조처”라고 평가했다.

한국당이 아예 추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다. 특히 형식적으로 자격 요건을 갖춰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지 않은 차 변호사도 5·18을 왜곡한 발언 때문에 향후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그는 “(5·18을 담은)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하게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거나, “광주에서 평화적으로 손잡고 행진하는 시위대를 조준 사격한 적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편 전력이 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정부 추천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고의로 조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 출범에 즉각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김보협 송경화 정유경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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