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국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와 관련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와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야당 탄압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야권의 우려를 불식해, 공수처 논의에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 수석은 이날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국민청원 답변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회가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검사를 임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계속 염려가 되면, 국회에서 (보완책을) 더 세밀하게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 수석의 이런 제안은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춰서라도 일단 입법부터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로 △검찰 개혁 △‘힘 있는 자’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들었다. 그는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직접 수사도 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서도 제대로 된 견제는 받지 않는다”며 “2008년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기소, 2009년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배임죄 기소,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등 정치권력의 이해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움직인 사건이 여럿”이라고 짚었다. 공수처를 통해 강력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의 고위공직자, 법관, 검사, 고위 경찰 공무원 등 소위 말하는 ‘힘 있는 자’들에 대해서도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수처 찬성’ 발언을 소개하며 “검찰총장이 공수처 도입에 찬성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하며, “20년 만에 때가 됐고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여당은 청와대의 ‘제안’을 계기로 야당과의 이견을 좁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번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 입법을 말씀하셨고, 조국 수석도 ‘공수처가 탄압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야당이 우려하니 국회의원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도 좋다고 말했다”며 “이를 계기로 야당과 공수처 설치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반대’ 당론까지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사개특위 위원인 윤상직 의원은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뺀다고 해도 정권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소지는 남아 있고 (검찰과 기능이 중복되는) ‘옥상옥’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보협 김태규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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