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한반도에서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평화 체제 구축과 본격적인 경제협력 국면에서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미 회담의 성공과 남북관계 발전을 전제로 ‘신한반도 경제 구상’을 밝힌 적은 있지만, ‘신한반도 체제’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반도 체제’ 구상은 경제 분야를 넘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한반도 주변 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구실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 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함께 두 정상에게 반드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촉구의 성격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 조처에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북-미 간 종전선언이 이뤄져 한반도 상황이 급진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 체제로 가는 ‘입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이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미 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의 변화를 기대하며 “주인” “주도권” “주도적 역할” 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 정세와 동북아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중-일-러’ 사이에 끼여 소극적 생존을 모색하는 차원이 아닌 적극적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미 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 합의에 따라 국내 정치권 등도 새로운 질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기대감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회의에서) 남북, 북-미 상황이 어느 때보다 좋다면서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 체제’의 핵심은 경제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도 이날 “우리가 두 정상을 성원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과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경제 시대로 나아갈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도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고 평화, 경제 협력, 민족 동질성 회복도 능동적으로 해야 하며, 동아시아의 교류와 협력, 번영까지 우리의 소명이라고 분명히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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