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비핵화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북-미 교착 국면에서 ‘중재자’를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깊어졌다”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 두 정상은 이른 시일 안에 직접 만나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반도의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역사적 과업 달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의지와 결단을 기대한다”며 “우리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필요한 역할과 지원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통화는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뒤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전화를 걸어 25분 동안 이뤄졌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먼저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면서 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차원에서 서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고 구체 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북-미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당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로 타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며 “향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으로 이행하도록 긴밀히 공조해나가자”고 했다.
비록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문 대통령의 ‘촉진자’ 구실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남북관계가 조금 앞서나가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듯이, 문 대통령이 어떻게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회담 결렬의 요인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처를 놓고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어서, 문 대통령이 양쪽의 요구를 조율해 접점을 찾도록 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 심도있는 협의를 계속해나가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나가자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 유지와 협상 유지를 강조한 것을 보면, 북-미 간 회담이 완전히 결렬됐다기보다는 ‘합의 유예’의 성격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원포인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양쪽이 한발씩 양보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면서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협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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