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받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이유를 진단하고, 북-미 간 합의를 촉진해야 하는 중재자로서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북-미 회담 합의 무산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서둘러 반전시키지 못하면 북-미 간 협상 동력도 떨어질 수 있고, 교착국면이 길어질 경우 평창겨울올림픽 후 1년여간 이어진 한반도 평화 여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강경화(외교)·조명균(통일)·정경두(국방)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등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14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이를 기점으로 중재자 역할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는 외부 신호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합의 무산 직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중재를 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바 있다.
일단, 김 대변인은 북-미 회담 합의 무산에 대해 “다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고, (우리 정부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 앞서 정확한 상황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에서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둑으로 치면 복기(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실무선에서 파악한 단편적인 정보로는 면밀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북한 쪽과 접촉해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라며 “정확한 진단 이후 문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계획을 다시 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만남을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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