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시간이 좀 더 걸릴지라도 이번 회담이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과에서 매우 아쉽지만 그동안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난해 6월14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성과로 △북한 영변 핵 시설 완전 폐기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논의된 점을 꼽았다. 그는 “북한 핵 시설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미 간 비핵화가 싱가포르 합의 정신에 따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함께 논의하는, 포괄적이고 상호 논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 것 역시 대화의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의 설치 논의에 관해서는 “영변 등 핵 시설이나 핵무기 등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실용적인 계기고,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미가 정상 사이의 합의가 불발됐음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 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한 양상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특별한 양상은 합의의 불발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표명하고 지속 대화를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대화에 대한 낙관적인 의지 밝힌 점, 또 제재나 군사 훈련 강화 등에 의한 대북 압박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사이의 조속한 3차 회담을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양국이 대화를 계속해 내기를 바라고 양 정상이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이번에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중재, 촉진자 구실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각 부처에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 역할도 다시 중요해졌다. 각 부처가 세 가지 방향에서 노력해주셨으면 한다”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 모색해주길 바란다. 북-미 회담이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대화의 교착이 오래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음으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며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 체제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실천 가능한 단기적, 중장기적 비전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1·2차장 등이 참석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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