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주요 4개국 가운데 미국을 뺀 중국·일본·러시아 주재 신임 대사를 내정한 것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주요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외교 관련 경력이 전무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주중국 대사로 내정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하성 전 실장은 청와대 1기 원년 멤버로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북-미 대화 재개로 비핵화가 진전될 경우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 구상 등을 해당국에 설명하고 협력을 끌어낼 적임자라고 문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주도한 장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경제 투톱 갈등’ 논란 끝에 사임했다. 장 전 실장이 노영민 전 대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주중대사에 임명되면 청와대를 나온 지 4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하게 된다.
청와대는 장 전 실장이 경제학자 출신이면서 정무적 ‘무게감’이 있어 한-중 관계를 책임 있게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관계를 중시하는데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이었던) 노영민 전 대사는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고,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인사가 대사로 새로 오면 최상의 예우를 받는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관련 경력이 없는 장 전 실장이 한-중 사이 복잡한 외교 관계를 풀어낼 적임자인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교수 안식년 등을 활용해 중국 인민대, 푸단대에서 교환교수를 지낸 이력이 있지만, 중국통이라고 볼 순 없다. 특히 그는 지난달 27일 모교인 고려대 교수로 정년퇴임하면서 자신을 “이상주의자”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말해 공직과 상당한 거리를 둘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런 그가 곧바로 공직에 복귀하면 그간 장 전 실장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를 강하게 주장하던 야권의 비판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장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폭정과 경제 파탄의 주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외교 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주중대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일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과거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는 외교관 출신이다. 외교부에서는 조약국 등에서 근무하며 국제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흐르면서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경력을 두루 가진 남 전 차장을 중용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도 이번에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우 대사 후임으로 외교부 내 최고 러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를 앉혀 러시아와의 협력 강도를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협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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