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아리랑 요양원에서 1세대 고려인 어르신 이마리아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현지시각) 고려인 1세대 요양시설인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이날 타슈켄트 외곽에 있는 고려인 1세대 홀몸노인 복지 시설인 아리랑 요양원을 찾아 고려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아리랑 요양원은 2006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 무상 제공한 건물을 받아 한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조선인들의 후손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구 소련 스탈린 정부는 일본이 자국 내 고려인 사회를 통해 동아시아에 간첩을 침투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1937년 9월부터 12월까지 동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고려인들이 숨졌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에 이주당한 고려인들은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겨울을 지냈다. 이들은 가져온 볍씨로 중앙아시아에 논밭을 일궜다. 고려인들은 신 아그리피나 상원의원이 2017년 10월 신설된 유아교육부 장관에 임명되고, 장 발레리, 박 빅토르 씨 등이 각각 상원,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우즈베키스탄 사회에 자리매김했다.
김 여사는 요양원 2층 거실에서 조 조야(85) 할머니, 허 이오시프(85) 할아버지, 손조야 (87) 할머니 등 고려인 1세대 노인 6명과 대화를 나눴다. 조 조야 할머니는 “(강제 이주했을 때) 배를 곯아 젖이 안나와 아기가 울자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젖을 먹여줬다. 그렇게 우리가 살았다”며 “조선(한국)에 딱 한번 가봤으면 좋겠는데 나이가 85살이다”라고 말했다. 허 이시오프 할아버지는 “우즈베키스탄 국민과 정부가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마지막 빵 조각을 나눠 먹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최순금 할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방을) 한 칸씩 내줬다”고 말했다. 강안나 할머니가 “나는 어이 늙었는가. 꽃이 피어 없다더니 내가 바로 늙었구나”란 노래를 부르자 다른 할머니들도 “에헤라 뿌려라. 씨를 팔팔 뿌려서 젖은 땅에 바싹바싹 자란다”고 노래했다. 김 여사는 할머니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고생들을 너무 많이 하셨다”고 울먹이며 “이제는 옛날 떠나오듯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 정상회담을 하면서 우리도 줄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김 여사의 아리랑 요양원 방문에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부인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함께 했다.
김 여사와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타슈켄트에 있는 369유치원도 함께 찾았다. 369유치원은 장애아동 특수 유치원을 리모델링한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유치원으로 지난 15일 개원했다. 김 여사는 놀이치료 교실에서 투호 시범을 하는 등 놀이치료 수업에 함께 했다. 이 행사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둘째딸인 샤흐노자 유아교육부 부국장이 영접했다. 타슈켄트/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아리랑 요양원에서 1세대 고려인 어르신 이마리아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