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이날 밤 10시부터 35분 동안 통화를 하면서 최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 기구는 지난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을 417만t으로 집계한 뒤, 수요량 576만t에 비해 159만t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정상 사이의 통화는 이번이 21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9~10일 방한을 계기로 우리 정부와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의약품 등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식량의 대북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해왔다.
고 대변인은 두 정상이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두 정상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이 북한의 발사 직후 한·미 양국 정부가 긴밀한 공조 아래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한 트위터 메시지가 북한을 계속 긍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13시간 뒤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게 한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일어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아울러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안에 방한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해 달라”고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 즉위를 계기로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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