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한반도 비핵화나 통일 이후가 아닌, 남북 주민들이 지금 누릴 수 있는 평화를 함께 체감하고 누리면서 이를 비핵화와 분단 극복의 동력으로 삼자는 ‘오슬로 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1돌을 맞아 오슬로대학에서 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슬로 포럼은 노르웨이 외무부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국제분쟁 중재와 평화 정착을 주로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가 당장 남북한 주민에게 득이 되는 구체적인 현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또 ‘득이 되는 평화’를 실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다지고 또 한번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해 대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할 수 있는 평화를 실천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접경지역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구조적 폭력’의 사례를 든 뒤 “독일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접경위원회를 설치해 화재, 홍수, 산사태,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 등에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고 소개했다. 남북도 접경지역 문제를 다룰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평화’가 주변국에도 이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고,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동북아 국가들에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은 분단돼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며 남북 간 종전 선언과 북, 미, 일 간의 외교관계 수립을 에둘러 촉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1년 전 북-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 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고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만년설이 대양으로 흘러가듯 한반도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슬로/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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