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배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남·북·미 판문점 만남에서 ‘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에 오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국 방문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는 트위트를 자연스럽게 날릴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열었다. 북-미 관계를 주도할 순 없지만, 이른바 ‘촉진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날 만남으로 보여준 셈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도 “나는 (비무장지대로) 동행할 것이지만, 오늘 대화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이므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가 큰 진전을 이루고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며 한걸음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가 이뤄낸 일들에 대해 다들 존중해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해놓은 일은 분명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판문점 북-미 대화 때도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군사분계선 만남에 등장하지 않다가 남쪽 ‘자유의 집’으로 이동하기 전에야 나와 인사를 나눴다.
또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 가기 앞서 들른 비무장지대 오울렛 초소 전망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경우에는 한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서 남북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전방부대를 개성공단 북쪽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뒤 브리핑을 통해 “잠시 주춤했던 북-미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가지도록 문재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번 판문점 3자 만남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대화로 이끌고 갈 동력을 확실히 충전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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