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각)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3박5일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한-미 양국이 북한과 적대를 종식해 관계를 ‘질적 전환’하기로 하는 등 ‘한반도 평화 과정 재가동’을 꼽았다. 아울러 최근 북-미 관계 등 정세 흐름에 비춰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기대섞인 전망을 한다고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뉴욕 일정이 마무리된 25일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가 ‘질적 전환’에 의지를 모은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날 한-미 정상이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청와대 공식 발표가 이에 해당한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청와대 공식 발표문은 모든 표현을 미국 쪽과 조율을 거쳐 내놓은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 발표문에서 한-미의 북한과 관계를 “개선”을 넘어 “전환”한다는 새로운 표현이다. 단순화하면 ‘개선’이 양적 변화를 뜻한다면, ‘전환’은 질의 변화를 지향한다. 그 변화의 방향은 “70년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예시됐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회담에 앞선 기자회견 때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행동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한 사실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바로 덧붙인 점에 비춰, 이때 ‘행동’은 ‘군사행동’을 뜻한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 전했다는 해석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북 초강경파로 불린 존 볼턴의 후임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24일(현지시각) 상견례를 겸한 첫 면담도 관심을 모았는데,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평가하며 고무된 분위기다. 이 제안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어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 38만발을 제거하고 유엔기구와 생태·평화 기구를 유치해 비무장지대를 분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높일 ‘평화 회랑’으로 만들자는 구상인데, 유엔 책임자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이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 제안이 실천 단계에 들어서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 군사분야합의서와 함께 남북의 군사 대치를 극적으로 낮춰 사실상 북한에 ‘안전보장’ 상응조처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청와대는 북-미 실무협상이 이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열리리라 낙관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북-미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면,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북-미 협상 진행 정도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진행 정도에 따라 김 위원장이 11월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여러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답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 김 위원장이 함께 한다면 한반도·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런 상대적 낙관의 근거로, 남·북·미 정상의 상호 신뢰가 확고하다는 점을 꼽았다.
청와대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점도 이번 정상회담의 상당한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써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두 정상이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국내 보수층의 우려를 반박한 셈이다.
뉴욕/성연철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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