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직접 정 전 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세균 의원님을 모시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정을 함께 책임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예우를 다한다는 의미에서 직접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경제를 잘 알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인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정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천억 불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 후보자는 경제를 아는 기업인 출신이고, 산자부 장관도 지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며 “무엇보다 정세균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 출신을 총리로 지명해 3권 분립을 해쳤다는 비판에는 ‘통합과 화합’이 더욱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직 국회의장은 “3권 분립 정신을 입법부가 훼손하면서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후보자의 덕목으로 안정감을 우선 꼽았다.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 능력이 가장 높이 평가됐다”며 “정 후보자는 의장이나 당 대표 시절 무리없이 조정과 타협을 바탕으로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쌍용그룹 상무를 지냈다. 이후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로 영입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참여정부때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다. 2012년에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정 후보자는 초기부터 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입법부 수장을 지낸 뒤 총리를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고사했다. 하지만 최근 총리 후보자로 유력했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로 제외되면서 거듭 청와대의 제안을 받은 끝에 총리 후보자를 수락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선거법과 검경수사권조정, 공수처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법안이 처리된 뒤 정 후보자를 지명하려 했으나 국회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날 발표를 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청문회 일정 등을 따지면 한달여가 걸리는데,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장수 총리로 국정을 보좌해 온 이낙연 총리에게는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린다”며 짙은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신 이 총리께 깊이 감사린다”며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총리가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가 좀더 직을 수행하길 바라는 뜻이 강해 여러차례 제안을 했지만, 정치인 출신인 이 총리는 총선 출마 뜻이 강했다고 한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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