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 시절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했던 정원식 전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10시 별세했다. 향년 91.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지내던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문교부 장관을 지냈다. 1989년 5월 전구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출범하자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구속, 해임하는 등 강경한 조처를 했다. 그는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헌법 정신에 비춰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1년 6월에는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됐다. 그는 당시 마지막 강의를 하려고 한국외국어대에 갔다가 강경대군 치사 사건 등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학생운동 탄압에 반발하는 학생들로부터 달걀과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이 사건은 보수 언론이 학생들의 행동을 폭력으로 비난하며 수세에 몰렸던 노태우 정부가 다시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1992년까지 총리 재직 때 그는 남북 고위급회담 남쪽 수석대표를 맡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면담했다. 1991년 12월에는 ‘남북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담은 남북 기본합의서 타결에 서명했다.
1995년에는 보수 진영을 대표해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조순 전 부총리에게 밀려 낙선했다. 1997년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다. 그는 2018년 10월에는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보수 진영 인사과 ‘문재인 퇴진과 국가수호를 위한 320인 지식인 선언’에 참여했다.
유족은 딸 은혜·현주·신애·수영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다. (02)3010-2000.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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