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건 열린우리당 신임 의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배기선 사무총장(왼쪽)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유 의장은 “(당-청간에)오해가 있었다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청와대에) 의사를 전달해 가시적이고 제도적인 모양이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호남민심 이탈? 지방선거 몰살? 당·청 동반몰락?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과의 충돌을, 지난해 7월의 대연정론에 이은 ‘2차 지진해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입법으로 당 지지율을 겨우 반등시켜 놓았는데, 이번 개각 파동으로 한꺼번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전략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들은 최근 입을 꾹 다문 채 칩거에 들어갔다. 상황이 너무 위중해 차기 대선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열린우리당 안팎의 분석가들에게 여권이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개각 파동의 영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호남민심 이탈?
지역언론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나
호남민심 기류= 호남 출신 의원들은 거의 ‘공황’ 상태다. 공개 토론회를 요구한 25명 의원 중에는 호남 지역구나 호남 출신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많다. 일부는 이번 사건을 영남 출신인 노 대통령이 ‘호남’의 요구를 깔아뭉갠 측면이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유시민 의원은 평소 당내에서 ‘호남 지역주의’를 비난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등 ‘반호남’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호남 지역구에서 신년인사를 다니다가 개각 소식을 들었다는 한 의원은 “당원들이 ‘우리는 이제 망했다’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고 전했다.
호남 여론의 향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의원들의 발언과 태도는 곧바로 호남지역 여론주도층의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실제로 악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지금까지도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계층은 개혁·진보 세력이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이번 주부터 내놓는 여론조사 결과가 1차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몰살?
후보 지원자들 잇따라 등돌려
지방선거 필패론=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에서는 5·31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수도권 1∼2개, 충청권 1∼2개, 호남 1∼2개는 “그래도 해 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상치는 다시 ‘16 대 0’으로 돌아갔다. 투표율과 후보, 두 가지가 다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 경험이 많은 한 고참 당직자는 “수도권에서 개혁·진보 성향 유권자들이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48.8%였는데, 이번에는 40% 안팎에 머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여당은 전국에서 ‘몰살’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후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인천 지역구의 한 의원은 “지난 연말까지 단체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사람들을 최근 며칠 동안에는 도무지 접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청 동반몰락? 화해 못하면 여권전체 무너질수도
동반 추락 가능성= 의원들을 만나 보면, 노 대통령을 겨냥해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만큼 마음이 상했다는 얘기다. 유재건 임시의장 등은 “의원들이 격앙돼 있어서, 청와대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유감 표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무수석 부활’을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쪽 분위기는 다르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므로, 요구사항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화해가 안 되면 대통령과 당의 동반 추락, 그리고 여권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2·18 전당대회도 당-청 관계를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정동영 전 장관과 김근태 의원의 참모들은 “노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기에는 임기가 많이 남아 있고, 당장 노 대통령 직계 대의원들의 표도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언제까지나 노 대통령과 같이 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머지 않아 ‘차별화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분위기는 우선 9일의 ‘당-정-청 관계 재정립’ 공개 토론회가 고비가 될 것 같다. 토론회를 주도하는 최재천 의원은 “당-청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에 대해 거의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지방선거 필패론=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에서는 5·31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수도권 1∼2개, 충청권 1∼2개, 호남 1∼2개는 “그래도 해 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상치는 다시 ‘16 대 0’으로 돌아갔다. 투표율과 후보, 두 가지가 다 문제로 지적된다. 선거 경험이 많은 한 고참 당직자는 “수도권에서 개혁·진보 성향 유권자들이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48.8%였는데, 이번에는 40% 안팎에 머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여당은 전국에서 ‘몰살’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후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인천 지역구의 한 의원은 “지난 연말까지 단체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사람들을 최근 며칠 동안에는 도무지 접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청 동반몰락? 화해 못하면 여권전체 무너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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