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와 기업은 지금 한배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정말로 한배를 탄 심정으로 ‘으쌰으쌰’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21일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에서 두차례나 ‘한배’를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이 간담회 자리엔 항공·해운·기계·자동차 등 9개 업종 17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 2월 ‘코로나 정국’이 시작된 이래 문 대통령이 재계 인사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문 대통령이 정부와 기업이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며 약속한 것은 유동성 지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생기는 여러가지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기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금융권을 향해 “한국은행, 산업은행, 금융위원회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며 “유동성 위기 지원엔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되어야만 지원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정부·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저신용 등급 회사채를 사들이는 기구에 8조원을 선순위 대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발 빠른 금융 지원을 약속한 대가로 기업에 요구한 것은 일자리 안정이었다.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마련하면서 이를 지원받는 기업은 6개월간 기존 고용의 최소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 요건을 갖추려면 기업 차원에서 노사 합의가 필요할 것이며 크게는 노동계와 경영계, 그다음 정부도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시민사회도 함께하는 아주 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할 때까지 정부가 돕는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지원금을 받고 6개월 지나서도 고용을 유지하면 추가 지원할 뜻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화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며 “친환경 또는 탈탄소 등의 방향으로 가는 게 가속화할 테니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 대표들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와 경제계가 적극 대응해 국민 불안을 진정시켰다”며 “기간산업 안정기금에 기업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이 한 축이 됐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를 발전시켜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경총 관계자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40조원가량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지원이 현장에서 조속히 그리고 원활하게 집행 관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연철 송채경화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