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에 응하기로 결심한 데는 중국과의 마찰이라는 위험요인보다 회의체 참여가 가져올 세계적 지위 상승의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일 문 대통령의 전날 결정이 코로나 이후 재편될 세계 질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의 참석이 중국과의 갈등을 키울 것이란 우려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과 달리 미-중 충돌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양국 사이 ‘끼인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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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질서의 리더 국가 되는 것”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G7 정상회의 초청을 수락한 사실을 언급한 뒤 “문 대통령의 미국 G7 회의 참석이 성사되면 일회적인 옵서버(참관인) 자격이 아니라 (한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러시아가 참여하는) G11이나 (브라질까지 포함한) G12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회원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 환영할 일이다”라고 호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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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갈등 피할 수 있을까?
문제는 G7 확대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전선 강화와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 의사를 밝힌 오스트레일리아나 인도 등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축이 되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응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G7 회의 목적이 효과적인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과 세계 경제 회생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맞춰질 테니, 미리 예단해 불참을 결정할 이유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를 경계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G7 참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다. 중국의 우려는 한국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G11이나 G12에 들어간다고 중국이 등을 돌린다는 건 국제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우리가) 중국의 목소리를 전하고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회의 주제가 반중국 전선 형성이란 쪽으로 치우친다면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코로나19 탓에 G7 회의가 미국에서 연내에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G7 회원국들이 동의해 G11이나 G12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우리가 정식 회원국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G7 체제에서 아시아 유일의 회원국 지위를 누려온 일본으로선 우리의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공산이 큰 탓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