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도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65회 현충일 추념식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코로나19 탓에 국립 서울 현충원이 아니라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에 대한 추념식을 거를 수는 없다는 뜻을 나타내며 “대전에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장소를 대전으로 결정했다. 대전으로 장소가 바뀐 데에는 최근 대전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대전 현충원은 지난달 29일 현판 글씨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것에서 안중근 의사의 글씨체로 바꿨다. 문 대통령은 이를 추념사에서 언급하며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이 모든 애국 영령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추념식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보훈과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과거 보수 정권이 현충일 추념식을 반공, 호국에 맞춰 기획했던 것에 견줘 이날 추념식은 독립과 민주화, 안전 등 다양한 호국의 개념을 아우렀다.
문 대통령은 독립에 이바지했던 이육사 선생의 딸,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실시한 경북 영덕 장사상륙작전 참전 용사와 함께 추념식장에 입장했다. 마산 3·15 의거 희생자의 배우자와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다 순직한 전주시청 고 신창섭 주무관과 성주군청 고 피재호 사무관의 배우자와 자녀들도 함께 했다. 대한민국 역사의 고빗사위마다 저마다의 애국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진 이들을 두루 초청한 것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문 역시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증손자인 김도현 해군 대위와 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생으로 임관하자마자 코로나19와 싸우려 대구로 향한 간호장교 이혜민 소위가 함께 낭독했다. 이 소위는 6·25 참전용사의 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준직한 경찰 배우자와 참전국가유공자 네 명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가 통합이라는 것은 리처드 용재 오닐이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비올라로 ‘고잉 홈’을 연주한 장면에서 극명하게 부각됐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6·25전쟁 때 고아가 돼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조부모 사이에서 자라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됐다. 천안함 46용사 묘역 연주는 보수가 중시하는 천안함 피격사건 10주기를 정중히 존중하면서 애국과 보훈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27일에는 제5회 서해수호의 날에 취임 뒤 처음 참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프라노 임선혜씨와 가수 알리는 이름없는 의병과 영웅을 다룬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주제곡 ‘그날’을 불러 무명 애국민을 기렸다.
추념식 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간호장교 김필달 대령 묘역에 참배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국난 극복 현장에서 헌신하는 간호장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31일 청와대로 승진 복귀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기획한 첫 행사였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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