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근 경제 상황과 내년도 예산안 관련 보고를 받고 “힘있게 추진하라”며 힘을 실었다. 최근 부동산 정책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란 탓에 야당 공세에 노출된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민간 자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그린뉴딜 펀드 개발을 주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최근 경제 상황과 2021년 예산안 편성 방향과 관련해 비공개로 보고를 받았다”라며 “문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며 홍 부총리에게 힘있게 추진하라고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3분기에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강 대변인은 “홍 부총리는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극심한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2분기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요 선진국보다 우리 경제가 가장 양호하고 6, 7월 주요 경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2분기를 저점으로 해 3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2021년 예산안 편성 방향 관련해서는 △한국판 뉴딜 투자 본격 착수 △국정과제에 대한 차질없는 투자 △부처 간 협업 예산 확대 편성을 통한 재정 생산성 제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추진 등의 4대 원칙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통해 야당의 공격을 받은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그린벨트 논란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여권의 혼선은 20일 문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라고 백지화할 때까지 한 주일가량 이어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부동산 대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경제팀을 경질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보고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민간 자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길을 트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힘있게 추진하라”며 “그린 뉴딜에는 국민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민자유치 펀드를 적극적으로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이 기술력만으로도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혁신조달 정책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개원식 연설 뒤 여야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금융 쪽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금융자산과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민간펀드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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