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 내정자.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주일대사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을 내정했다. 교수 출신의 일본 전문가로, 외교관 경험이 전무한 원외 정치인을 주요국 대사에 낙점한 데는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꼬여 있는 양국 관계를 정치적으로 풀어보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내정자가) 일본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제주 출신으로 일본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내 대학에서 일본 사회와 한-일 관계를 연구했으며, 오랜 일본 생활로 일본어가 유창하다. 17대 총선 때 제주갑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들어온 뒤 내리 4선을 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는 안철수 의원과 갈등을 빚는 문재인 당시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던 ‘강성 비문’에 속했다.
이런 그를 문 대통령이 주요국 대사로 발탁한 데는 일본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 정치인 특유의 유연한 정치력이 경색된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에 스가 내각이 출범한 것에 맞춰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통 외무관료인 전임 남관표 대사는 아베 내각 체제에서 1년6개월을 재임했다.
강 내정자도 앞서 당내 발언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일본과의 유연한 협상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원칙과 명분만 주장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풀어나갔어야 하는데, 피해자 단체들과 대화를 해 의견을 수렴하는 동안 (정치적 해결이 가능한) 시기가 지나버렸다”고 발언하다 당시 이해찬 대표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일본 <교도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는 “(한-일 관계) 타개 방법으로 한국 정부가 먼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한 뒤 (시간을 두고) 일본에 (지불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고, 지난 9월 <시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선 “스가 총리는 실용적이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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