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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찰’ 공수처장·법무부장관으로 검찰개혁 고삐 당기는 청와대

등록 2020-12-30 22:33수정 2020-12-31 02:45

오전부터 4시간 릴레이 인사 발표
인적쇄신으로 정국 전환 포석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사진은 2017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당시 악수하는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박범계 최고위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사진은 2017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당시 악수하는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박범계 최고위원. 연합뉴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오전 11시)→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표(오후 2시)→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표명 사실 공개(오후 3시)’

한 해의 마무리를 하루 앞둔 30일, 청와대는 ‘검찰개혁 2라운드’를 책임질 이들을 지명하고 교체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느라 종일 분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인사 발표를 통해 검찰개혁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추-윤 갈등’으로 힘을 잃은 듯한 검찰개혁의 동력을 공수처 출범에 맞춰 되살리겠다는 뜻을 담은 셈이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순차적으로 교체하는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황에서, 적어도 검찰개혁을 책임질 이들의 교체와 지명은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뜻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공수처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판사와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장, 법무부 장관 인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두 후보자 모두 비검찰(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박상기, 조국, 추미애)에 모두 ‘비검찰 출신’을 임명했던 기조를 유지하고, 검찰 견제의 역할이 주어진 공수처 수장 역시 비검찰 출신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사 출신은 늘 조직 중심 사고가 각인되어 있다. 한번 검찰은 영원한 검찰이어서, 검사 출신이 검찰을 개혁한다는 기대는 무망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차기 민정수석으로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발탁해 검찰을 잘 알고 있는 그와 현안을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청와대의 검찰개혁 전략은 추미애 장관 시절과는 결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검찰개혁을 서초동(대검)과 과천(법무부)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번 추-윤 사태의 교훈이다. 여권과 청와대에서도 결국 입법이 핵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검찰과 쓸데없는 싸움을 하는 걸 피하고 인사·행정·감찰권을 노련하게 행사하는 쪽으로 기조가 바뀔 것이고, 박 후보자가 그런 역할을 잘할 것으로 청와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윤석열 검찰총장 등에 대해서는 인사권 등을 활용해 철저히 외면·고립 전략으로 가고, 새해부터는 174석의 압도적 다수인 여당 의석을 충분히 활용해 검찰을 바꿔가겠다는 전략이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추 장관은 떠났고, 남은 윤 총장은 계속 정치적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정부·여당이 계속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견제 장치를 늘려나가면 윤 총장을 향한 검찰 내부 여론도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가 이날 비서실장을 포함한 핵심 참모진의 사의 표명 사실을 동시에 발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오늘 문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 부담을 덜어드리고, 국정 일신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분야에서 파열음이 나긴 했지만, 임기 후반 민심이 나빠진 더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피해, 아파트값·전셋값 폭등 등 다른 현안 때문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김 실장은 부동산 시장 혼란에 최근 백신 공급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여당에서조차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 실장 역시 지난 8월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강남 아파트가 아닌 청주 집을 처분해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한 차례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는 김종호 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정만호 수석은 “최근 검찰개혁 과정에서 있었던 일련의 혼란에 대해 주무수석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 관련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정권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여당에 내린 보은 개각”이라며 “이러니 여당이 정권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듣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완 서영지 정환봉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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