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75)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보좌관을 다시 내각으로 불러들이는 한편,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황희(54)·권칠승(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집권 5년차를 맞아 친정체제를 강화해 안정을 꾀하고 결속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친문’ 성향이 강한 여당 의원들을 잇따라 등용하는 것은 인재 풀의 취약함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다. 정 수석은 각각의 인선 이유로 “외교·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정의용) “정책기획력과 이해관계 소통 역량”(황희)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기여”(권칠승) 등을 들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기말 호흡을 맞춰서 성과를 창출할 사람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즉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충실히 이행하고 손발을 맞출 사람을 골랐다는 의미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캠프에 영입됐던 정 후보자는 정부 출범 이래 2년2개월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서훈 당시 국정원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에 힘썼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맞춰 다시 한미동맹-북미관계-남북대화의 세가지 축을 이어갈 인물로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친문 86 막내’라 불리는 황희 후보자의 경우 참여정부 행정관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총무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친문 의원들의 모임으로 논란이 일자 해체된 ‘부엉이 모임’의 핵심 멤버였다. 권 후보자 역시 민주당 재선으로 참여정부 행정관을 지낸 ‘부엉이 모임’ 소속 인사다.
이처럼 측근들을 중용하는 문 대통령의 인선 기조는 지난달 전해철·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잇따라 행정안전부 장관·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임기말 권력 누수를 최대한 차단하고 국정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번 개각 역시 그동안 거듭 지적된 ‘인재 풀의 한계’를 거듭 확인한 측면이 있다. 지난 4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도, 실력 있고 참신한 인재들을 발굴하지 못한 채 참여정부에서 썼던 인사들을 ‘급’을 높여 재등용하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출범 초 ‘협치’를 위해 다른 정당에 입각 문호를 열겠다는 구상이나,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이완 서영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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