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진욱 신임 초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적법 절차와 인권친화적 수사에 전범을 보여준다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치와 사정 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를 강조하면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차관급인 초대 공수처장의 3년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수처장 임명장 수여식 뒤 김 처장과의 환담에서 “고위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 지킴이로서 우리 사회를 더 공정하고 부패없는 사회로 이끄는 견인차로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처음 출범한 공수처인만큼 차근차근 국민 신뢰를 얻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중립성과 독립성이라 생각한다. 정치로부터 독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 수사역량을 더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검경과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며 “정말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처장에게 “엄중한 시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아주 부담스런 직책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에 김 처장은 “선진 수사기구,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가 되는데 초석을 놓아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지금 잘못된 수사관행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판사 시절 일화를 환담회장에서 꺼냈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때 터진 보건복지부 장관 가족의 현금 수뢰 사건의 2심 재판부 주심을 맡아 1심 재판부가 내준 보석을 취소하고 피고인을 법정 구속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당시 참여연대가 이 사건을 계기로 부패방지법안 촉구 성명을 내는 등 공수처 논의에 촉매 구실이 된 점을 떠올리며, “그 인연이 이 자리를 있게한 역사적 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2019년 말 통과한 공수처법을 지난해 다시 개정하는 진통 끝에 초대 공수처장이 임명됐지만 실질적인 공수처 출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 처장은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재직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인물로 차장을 제청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사실상 공수처 ‘운전대’를 잡을 차장으로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공수처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이후 인사위원회를 꾸려 공수처 검사 23명, 수사관 40명 등의 인선 절차를 거친다. 인사위원 7명 중에는 야당 추천 몫도 2명 포함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처가 완성되려면 적어도 두달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초대 공수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김진욱 후보자는 공수처를 열망한 시민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25년 전 공수처를 처음 제안했던 참여연대는 이제 공수처 촉구와 응원을 넘어 감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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