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밤 9시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27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신년 인사’이라고만 하기에는 다양한 협력 의견을 나눠, 새로 취임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첫 통화를 앞두고 미묘한 해석들을 낳고 있다.
27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한-중 정상통화 브리핑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 비핵화 관련 언급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은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공개된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한 바 있다.
이번 한-중 정상통화에선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5월 통화에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정도로 내용을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남북 관계 외에도 한-중 간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열리는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선포했고,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기후변화·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에서도 협력을 다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은 문 대통령의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시 주석이 이처럼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등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압박을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 외교 전략을 본격화하기 전, 사전 견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게 ‘사드 보복’과 같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압박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과 실질적으로 협력할 게 많다는 것을 공개한 셈이다.
한국 역시 몸값을 올릴 기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올해 5월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에 중국의 참여를 요청했고, 이에 시 주석은 “피포지 회의를 중시한다. 한국의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을 빼고 진행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초대형 자유무역협정인 시피티피피(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함께 소통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시피티피피와 관련해 한국과 소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시피티피피 가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피티피피는 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때 이 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협정에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협정에서 빠진 한국과 중국도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 뒤 시피티피피 가입 검토를 이미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과 통화는 지난해부터 추진된 신년 인사 차원의 정상통화다. 바이든 대통령과 있을 통화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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