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18일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톨릭’으로 열어 ‘프란치스코’로 통한 대화였다. 4일 한-미 정상간 통화를 부드럽게 만든 것은 ‘가톨릭’이라는 공통점이었다. 청와대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 통화가 이른바 ‘코드가 잘 맞는 대화’를 했다고 자평했다. 두 정상이 모두 가톨릭 신자여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화를 화제에 올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있었던 정상 통화와 관련해 “양 정상이 폭넓은 주제로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내가 가톨릭 신자이니 교황님과 소통하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교황이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 당시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문 대통령과 이야기를 해보니 두 분의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 대통령도 “교황님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교황은 동북아 평화 안정과 기후 변화 등을 걱정하셨다. 당신께서 직접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황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교황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단순한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색된 북-미 관계를 풀 중재자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큰 프란치스코 교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는 올해 하반기 쯤이면 교황의 방북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한번 높이는 한편, ‘하노이 노딜’ 이후 소원해진 북-미 대화를 재가동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한 바 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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