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 법무부와 소통이 되지 않자 임명된 지 한 달 반 만에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격렬하게 충돌한 뒤 이를 봉합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투입한 현 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의를 반려했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신 수석이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은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추 전 장관 시절 임명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등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신 수석과의 사전 협의를 건너뛰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신 수석이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신 수석의 이번 사의 표명이 기존 민정수석실 개편이 벽에 부닥친 불만까지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민정수석실 내부 인사는 정리됐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언론에 사의설이 보도된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청와대에 계속 남기로 했으며,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사표를 냈다고 한다. 김 비서관의 후임자를 지명하는 데는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광철 비서관이 신 수석을 건너뛰고 박범계 장관과 직접 인사 문제를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비서관은 오히려 박 장관에게 ‘이렇게 인사를 내면 안 된다’고 설득하는 쪽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큰 폭의 민정수석실 개편을 위해 이 비서관이 현직을 떠나면 검찰이 바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에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가 정국 쟁점으로 재차 떠오르면, 민생문제에 집중하려는 청와대의 기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고 한다.
일단 신 수석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신 수석이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갈등이 있었으나 심각해질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신 수석의 사의에 대해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만 밝혔다.
이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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