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는 식민지 백성을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방역과 위생을 구실로 강제 호구조사와 무조건 격리를 일삼았고, 1920년 당시 의사 1인당 담당 인구수가 무려 만7천명에 달했습니다. 그와 같은 척박한 의료 현실 속에서 의학도들은 3·1독립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탓에 2년 연속 규모가 축소된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운동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의료인들을 불러냈다. 문 대통령은 1일 기념사에서 “경성의전과 세브란스의전 학생들이 탑골공원의 만세시위를 주도했고,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과 세브란스의전 간호부 학생들 역시 붕대를 가지고 거리로 뛰쳐나와 동참했다. 체포된 학생들 가운데 경성의전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의료인들은, 독립운동으로 탄압받는 민족의 구호를 위해 상해에서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했고, 1920년에는 ‘적십자 간호원 양성소’를 세워 독립군을 치료할 간호사들을 길러냈다”고 했다. 서울에선 3천여 가구가 연합 자위단을 조직해 콜레라에 맞섰고, 최초의 사립 전염병 격리병원 ‘효자동 피병원’이 설립된 사실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이웃, 공동체의 생명을 지키려 나선 것은 코로나19와 같이 전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 때문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 전 해, 일제의 무단통치와 수탈에 신음하던 1918년에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신종 감염병이 우리 겨레에 닥쳤다. 당시 인구의 40%가 넘는 755만명의 환자가 발생해 14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고 “콜레라 역시 죽음을 의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동체를 구하겠다고 나선 의료인들을 보며, “오늘의 코로나 상황에서 보면, 우리 스스로 우리 환자를 돌보려 했고, 우리 스스로 의료체계를 갖추려 했던 선대들의 노력이 참으로 가슴깊게 다가온다”고 문 대통령은 말했다.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식에서 의료인들의 역사적인 헌신과 역할을 불러낸 것은 1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의료인들의 헌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시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 ‘코로나’는 16번, ‘협력’은 19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대한 협조를 국민들에게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백신 접종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다음 겨울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역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주시고 백신접종에 적극 협력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날 ‘만세 삼창’은 예비 의료인들이 이끌어 의미를 더했다. 탑골공원에 선 백재혁(연세대 의학)·유주현(서울대 약학)·김은비(국군간호사관학교)·현민욱(원광대 한의학)·이준영(충북대 의학)·김지원(연세대 간호학)씨 등 예비 의료인들이 먼저 만세 삼창을 한 뒤, 문 대통령과 김원웅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이 두 손을 함께 들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방역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만세를 외치겠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만세.”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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